2011년 12월 01일
안철수와 문재인 중 한 명을 고르라고 하라면 문재인이다
나는 꼼수다, 유시민의 따듯한 라디오, 이해찬의 정석정치와 같은 방송이 의미 있는 이유는 일단 쫄지 말라는 게 있지만, 그게 꼭 전부는 아니다. 쏠쏠한 재미 중에 하나는 정치인들이 (직접 출연해서 말하거나, 혹은 누군가 말을 전하거나 하는 식으로) 자기랑 같은 편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듣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일단 남의 편이랑 싸우는 건 언제나 볼 수 있고, 남의 편 정치인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하는 것은 쉽게 볼 수 있지만, 자기 편에 대한 평가는 듣기가 쉽지 않다.
범야권 인사들이나 김어준 같은 평론가들의 문재인과 안철수에 대한 평가는 (내가 보기에는) 대동소이하다. 다른 점은 문재인이 '정통성' 측면에서 좀 더 강점이 있고, 안철수가 '대중성' 측면에서 좀 더 강점이 있다는 것이다. 같은 점은, 문재인이 최근들어 정치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긴 하지만, 그 전까지를 놓고 보자면 '둘다 아무 것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인기가 있는' 정치 신인이라는 점이다.
물론 문재인이 좀 더 정치에 가까운 곳에 살아오기는 했다. 얼마 전에 (아마도) 한나라당 누군가가 비서실장 경력으로 정치적 능력 혹은 경력을 말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는 의견을 밝혔는데 어느 정도는 동의할 수 밖에 없다. 당에서 싸워도 보고, 선거에도 나가 보고, 선출직도 되어 보는게 '정치 경력'에 걸맞는 일이다. 시민이라면 누구나 정치를 할 수 있지만 (해야하지만), 그렇다고 정치에 아무런 기술이 필요 없다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난 문재인의 이런 '정치경력이라고 하기에 조금 무엇한' 경력 때문에 문재인을 선택했다. 그래도 문재인이 국가 운영을 지켜보았다.
사실 정치적 경험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참여정부의 실패 때문이다. 보수언론으로부터 '아마추어 정권'이라는 비판을 받았는데, (보수언론의 관점과 반대의 입장에서) 가슴 아프게도 어느 정도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정권은 빼았겼지만 사회의 주도권을 잡고 있던 거대 보수 세력을 대통령과 일부의 추종자들이 일거에 개혁할 수 없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적어도 노회한 관료 집단에 휘둘려 다녔다는 점은 비판을 받아야 한다. 그래서 그 때 부동산에 발목이 잡혔고, 지금은 FTA의 원죄를 짊어지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들은 이야기인데, 참여정부 당시에 청와대에서 근무하던 대략 비서관쯤 되는 사람에게 지인이 물어 봤다고 한다.
"부동산은 왜 실패한거냐?"
"관료들한테 둘러 먹은거지..(속았다는 말)"
노무현이 비록 대통령 후보시절에 민주당 내에 탄탄한 기반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김대중처럼 '준비된 대통령'도 아니었다. 하지만 20여년을 시민사회와 원내, 원외에서 활동했고 정부에서 장관까지 지낸 경력의 소유자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를 장악하기에 힘이 부쳤다고 생각한다.
과연 오늘의 안철수는 이런 난관을 헤쳐나갈 정치적인 기술이 있을까. 물론 안철수는 그 자체로 훌륭한 인물이다. 정치적인 기술이나 개혁을 주도할 수 있는 '세' 이외에 많은 가치를 담고 있다. 시대에 따라 정치적인 기술이 좀 더 중요한 시기가 있고, 인물이 좀 더 중요한 시기가 있고, 정책이 좀 더 중요한 시기가 있다고 생각할 뿐이다. 그리고 지금은 기술과 경험에 좀 더 가중치를 두고 싶다. 개혁세력이 어떻게 휘둘렸는지 보았기 때문이다. 안철수가 혈혈단신으로 정치에 입문하여 1년이 지난 후에 대통령이 된다면, 과연 그가 어느 정도의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다음 정권에서는 검찰 개혁과 같이 관료세력과 부딛힐 일이 많다. 요즘 검찰이 한나라당 보다도 더 열심히 정치에 골몰하는 것은 정권교체가 가까워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한나라당 정치인들은 낙선하더라도 당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일정한 권력을 나눠 가질 사람들이다. 선거도 4년 후에 돌아온다. 하지만, 지금 분위기라면 정권교체 후에 검찰은 풍비박산이 날거라고 (나야된다고) 보는게 맞다. 참여정부 때와 같은 검찰개혁은 통하지 않았다는게 증명되었다. (누군가는 진보가 안되는게 모질지 못해서라고 하던데, 5년 동안 많이 모질어 졌을 거다.) 그래서 검찰은 최선을 다해서 정권교체를 훼방 놓을 것이고, 그 후에도 검찰개혁에 있는 힘을 다해 저항할 것이다. 이럴 때, 이 거대한 싸움을 헤쳐나갈 사람으로 문재인이 더 어울려 보인다.
누군가가 '정치신인에게 정치적 기술 운운하며 부적절함을 지적하면 신인은 정치하지 말라는 소리냐'고 따지면, 사실 나도 뭐라고 대답하지가 쉽지 않다. 안철수는 총선을 통해 정치적 역량을 닦을 수도 있고, 정권이 바뀐 후 장관급의 위치에서 실무적인 정책을 추진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앞에 놓인 싸움의 질과 양을 생각해볼 때, 문재인의 손을 들어 본다.
노무현의 실패를 거울삼아, 노무현의 분신을 지지하는 이 아이러니는 뭔가.
# by | 2011/12/01 06:16 | 메모 | 트랙백 | 덧글(0)









